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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파린 복용 환자 순환기내과 협진 안한 건 잘못

와파린 복용 환자 순환기내과 협진 안한 건 잘못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11.1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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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R 검사·혈액 응고 검사 등 소홀...혈전 예방 조치 미흡
법원, 주의·설명의무 위반 40% 책임...1억 5827만 원 배상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전경
심장판막치환술을 받아 와파린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를 수술하면서 순환기내과 협진을 비롯해 혈전 예방조치를 소홀히 한 것은 주의의무 위반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퇴원 후 혈전 발생 가능성과 예방 및 대처법에 대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A씨가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3억 4727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5나2060038)에서 1억 5827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소송비용의 3/5는 A씨가, 나머지는 B학교법인이 부담토록 했다.

A씨는 1987년 심장판막치환술을 받은 후 혈전 예방을 위해 항응고제 와파린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

A씨는 2012년 4월 10일 오후 3시 6분경 우측 하복부 통증·구토·설사 등의 증상으로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C병원 응급실에 내원, 응급으로 복강경하 충수돌기염 절제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 PT 16.7sec(참고치 8.7-13.1), INR 1.52(참고치 0.85-1.193)였다.

A씨는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4월 10∼16일까지 와파린 복용을 중단했다. 의료진은 비타민 K 20mg과 보트로파제 6KU를 투여했다.

퇴원 후인 17일부터 다시 와파린을 복용하기 시작한 A씨는 21일 오후 8시경 가슴이 따끔하고, 전신 무력감을 느꼈으나 혼자 걸어 집으로 들어가 잠을 잤다. 22일 오전 6시 깨어난 이후 지속적인 전신 위약감을 느끼고, 좌측 상하지를 거의 사용하지 못하며 계속 졸린 경향이 지속되자 22일 오후 6시 9분 D종합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D종합병원 의료진은 CT혈관조영술 등을 실시한 결과, 우측 중대뇌동맥 경색 등이 확인됐다. 내원 당시 INR은 1.01이었다.

4월 25일까지 D종합병원에 입원, 헤파린 등을 이용해 항응고 치료를 받다 퇴원한 A씨는 25∼26일 E한방병원에, 4월 26∼7월 19일까지 F병원에, 7월 19일∼9월 27일까지 E한방병원에, 2013년 8월 11일∼9월 1일까지 G요양병원에, 2013년 9월 23일∼2014년 5월 2일까지 H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았다.

A씨는 현재 뇌경색으로 인해 좌측 편마비·좌측 상하지 감각 저하·편측 무시증후군으로 인한 균형 장애·경미한 인지 장애 등을 보이고 있으며, 일상 생활에 장애가 있어 목욕·착탈의·이동을 위해 타인의 도움을 수시로 필요한 상태다.

A씨는 C병원 의료진이 심장판막치환술 경력 및 항응고제 복용을 알고 있었으므로 입원기간 동안 순환기내과등과의 협진이나 INR 검사 등을 통해 혈전 발생 위험성을 확인하고, 대체 항응고제 투약 여부나 기존에 복용하던 와파핀의 용량 재조정 등을 통해 혈전을 예방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퇴원 시 와판린 복용 중단과 지혈 및 출혈 방지를 위한 약제의 사용으로 인한 위험성과 증상 및 대처 방법을 지도·설명하지 않았고, 수술에 앞서 색전증 부작용을 설명해 수술에 응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C병원 의료진은 오염의 정도가 심한 괴사성 충수염이 발생, 응급수술이 불가피했고, 와파린 복용 중단은 출혈 위험성을 감안한 적절한 조치였다고 항변했다. 와파린 조기 투여 또는 대체항응고제 투약 여부는 외과 집도의가 환자의 사정을 고려해 판단할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입원 시 와파린 복용에 관해 설명했으며, 퇴원 당시 와파린을 다시 복용할 것을 지시하고, 필요한 지도·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혈전 발생 고위험군인 A씨가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한 점을 감안해 수술 후 또는  퇴원 전에 순환기내과 등과의 협진이나 INR 검사를 통해 원고의 혈전 발생 위험성을 추가적으로 확인하고, 혈전 예방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수술 전 실시한 INR 1.52는 승모판치환술 환자의 목표치인 2.5-3.0에 미치지 못한 점, 항응고제 재투여 시기·방법 및 용량 등에 관해 순환기내과등에 협진을 요구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퇴원 당시 INR을 포함해 혈액응고와 관련한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와파린 복용을 중단했다가 다시 복용한 경우 4∼6일이 지나야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입원 관찰은 아니더라도 외래진료를 통해 INR의 회복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도 꼽았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환자 측의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C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와파린 복용을 재개할 것을 안내했을 뿐 와파린 복용 재개 후 혈전 예방효과가 발생할 때까지 일정기간이 소요된다거나 그 사이 혈전이 생겨 발생할 수 있는 신체 이상 및 위험성과 대처방법 등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아 설명·지도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수술 전 설명의무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위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충수염이 발생한지 하루 이상 경과했던 것으로 보이고, 오염의 정도가 심해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인 점, 출혈의 위험을 감수하고 수술을 시행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재판부는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상당한 재량의 범위 내에서 출혈방지를 위해 와파린 복용을 중단시키고, 수술을 진행하면서 와파린 복용 중단으로 인해 혈전색전증 등의 발생 위험을 설명하고, 원고로 하여금 와파린의 복용 중단 및 수술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할 설명의무까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술 전에도 투약하 와파린의 용량이 적절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와파린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에게 수술을 시행할 경우 출혈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항응고제 와파린 투여를 중단한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으로 비추어 보면 과실로 인해 뇌경색이 발병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발생한 모든 손해를 의료진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고, 공평·타당한 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부합한다"면서 C병원의 배상책임 범위를 40%로 제한했다.

한편, 1심에서는 C병원의 배상책임 범위를 30%로 제한, 1억 1926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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